Shelter #2

작성자
프렌즈닷넷
작성일
2024-01-01 07:13
조회
908

그동안 몇번의 작업실 녹음실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긴 했지만 엄밀히 그것은 ‘인테리어의 영역이었고,

건축의 영역으로 건물을 지은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찾아보면 음향을 위한 인테리어 관련 자료는 많이 있었지만 건축에 대한 자료는 생각보다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기성재가 아닌 재료의 데이타는드물고 있더라도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들어 콘크리트라는건 골재와 강도도 다르고 시공상의 차이도 큰데 자료는 모두 그냥 콘크리트…)

결국 직접 해보는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일단 두가지의 큰 목표를 가지고 접근해보았습니다.

하나는 ‘저음 제어’ 이고 하나는 ‘반사음의 품질’ 입니다.


저음제어

위의 그래프는 서로다른 두가지 방음벽의 방음정도를 나타내는 그래프인데

(STC 수치가높을수록 방음이 잘됨)

방음벽이라고 해도 저음으로 내려갈수록 성능이 매우 나빠지는것을 보여줍니다.

(공진 주파수와 여러가지 요소가 있지만 일단은 그냥 저음은 방음이 잘 안된다 정도만 정리할게요.)

이것은 STC45 를 가지는 10cm 두께의 콘크리트 벽과 STC48 값을 가지는 다른 방음벽의 비교입니다.

주목할만한점은 콘크리트벽의 우수한 저음 제어 성능과 균일한 방음 특성입니다.

일반적인 방음벽 시공방식은 엄밀하게는 중음대역의 방음성능만 높인 형태입니다.

이 때 제어되지 않은 저음은 다른 소리에 영향을 주거나 불필요한 공진을 야기시키고

특히 거의 동일한 공진 주파수를 가지게 되는 석고보드나 합판같은 기성재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게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저음제어와 부수적으로 방음까지 생각했을때 콘크리트 벽 외에 다른 대안이 별로 없었습니다.

물론 콘크리트도 만능은 아니고 층간소음같은 직접 적인 타격음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저는 약점을 없애기 위해 2 층이 없는 단층 구조의 노출 콘크리트 구조로 기획합니다.

….

네 애초에 다른 용도로는 쓸 수 없는 수익성 1 도 없는 비효율적인 건물인 것이죠.


반사음의 품질

 

일단 벽이 세워지고 어떠한 형태의 공간이 생기면 그 공간은 특유의 울림과 룸모드를 가지게 됩니다.

공간에 대한 모양과 크기에 대해선  Golden Room Ratio 라거나 수많은 이론들이 있습니다만,

규모가 커질수록 형태보다는 재질자체의 밀도등 다른 요소가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애용했던 차트...)

 

 그간의 경험을 통해 얻은 몇가지 기준을 정해서 모양을 잡아갔습니다.

 

-  메인 스테이지는 6*9 미터 이상 (이것은 Meistersaal Hall Stage 의 폭과 Comb filter 회피 등등)

-  총 공기의양은 500 세제곱미터 이상을 목표로.

-  가장 짧은 벽과 벽 사이의 거리는 4.5 미터 이상. (층고 포함)

 

공연이 아닌 녹음을 위한 공간이라면 위의 조건만 만족해도 벽과 벽 사이 어떠한 공간에서도

쓸만하고 다양한 소리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물론 계산일 뿐 소스의 위치와 마이킹의 최적의 위치를 찾기위해선 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겠지만…)

 

녹음을 위한 공간인데 흡음이나 내장재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분도 계실텐데,

실제로 반사음이 늘어나서 명료도가 떨어진다는 문제는 녹음에서는 해당하지 않는 문제이고요.

(근접 마이킹 이라는 엄청난 기술이라던가….)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안좋은 요소를 제거한 잔향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생각했고,

설사 잔향이 문제가 된다고 해도 인테리어적인 대처가 어렵지 않기도 하고요.

 

이 부분에 대해선 제시하고 싶은 방향성이나 설명해야할 내용이 많긴한데...

페르마스타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렇게 최종 모양을 결정해서 골조 공사를 시작했고, 골조 공사 자체는 순조로웠습니다.

 

공사 중간의 플러터 에코의 정도라던가 콘크리트 마감면처리와 코팅에 따른 소리의 변화라던가

온도 습도등 다양한 요소에 대해 소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들어보고 녹음해보고 등등…

예상치와 상당히 일치해서 놀라는 부분도 의외로 너무 변화가 커서 당황한 부분도 많았고…

 

바닥면은 마감 후 변한 소리가 맘에 들지 않아 세번의 재시공을 거쳐서 그나마 마음에 드는 

소리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만 평활도와 마감품질이… ㅠㅜ)

 

그래도 바닥 콘크리트 강도가 소리에 끼치는 영향을 주는 데이타를 가진사람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면

꽤 의미있는 데이타를 얻었다고 생각하고요…

 

전기는 일단 서로 다른 두개의 변압기에서 끌어와서 테스트 해보고 더 나은쪽으로 선택….

하기위해 전봇대도 세우고…

 

(…)

선재도 몇가지 종류로 테스트 해보고 차단기도 테스트 해보고…

(뭐 배관 다시 묻는수준이야 가벼운 문제였고요…)

 

그 과정에서 현장 작업자들과의 갈등과 예상치를 아득히 넘어버린 공사기간과 예산…

처음이라 겪어야했던 시행착오 등등…

 

몇번이나 때려치고 싶었지만 그럴때마다 도와주는 뮤지션들의 연주를 들으며

다시 힘을 얻어 작업을 이어가고…

 

그렇게 근 일년간 정말 끝이 날까 싶었던 프로젝트가 어찌어찌 대충 끝났습니다.

 

아직도 미완인 부분과 아쉬운 부분은은 한 가득 이지만 컴퓨터 앞에서 작업해보며 생각했던 결과물을

맨땅에서부터 만들어내서 그곳에서 소리와 울림을 만들어낸 경험은 꽤 소중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중간중간 각종 테스트를 위해 고생해준

 

아티스트

 

이로이, 김해인, 한수정, 노주영, 박동휘, 이신우, 김건재, 김민수, 최승원 

 

님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라고만 끝내면 또 아쉬울 듯 하여…

완공 후 비어있는 상태에서 3 개의 마이크로 드럼을 테스트 했던 영상을 링크하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울림의 차이도 크지만 저음의 제어의 차이도 확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to be continued…

전체 1

  • 2024-01-03 05:40

    엄청나군요 ㄷㄷ